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밟는 소리를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이후에 햇볕이 쏟아지고 바람도 불기 시작하더니 플라타너스의 잎은 비처럼 쏟아진다. 이렇게 가까이 관찰한 게 처음인 듯싶다. 자연환경은 관찰하면 오묘하고 무심하면 너저분한 낙엽으로 보인다. 요즘 브루아라는 기계에 의존해 낙엽 쓸어 내는 일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 위력은 사람 스무 명 이상의 역할로도 따라잡지 못할 듯싶다. 모든 장비의 현대화는 인간의 노동력을 꽤 많이 축소시킨다.
다수의 일들이 기계화, 자동화 시스템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산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마도 그 브루아라는 장비가 없었다면 낙엽이 뒹굴면 자연미라고 적당히 둘러대며 게으름 피우며 이 계절을 얼버무릴 것이다. 야영장업을 하면서 캠퍼 고객들의 감성을 생각한다면서 낙엽을 그냥 두었더니 낙엽을 한 군데 모아놓고 장비를 움직인다. 낙엽이 있으면 푹신할 텐데..라는 게으른 생각을 했었는데 낙엽 때문에 소소한 장비 부산물들이 분실되곤 한다. 주인 멋대로의 생각을 바꾸기로 맘먹고 열심히 정돈 중인데 만 만 칠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닥을 깔끔히 치워뒀는데.. 오늘 낙엽비 내리면서 흔적조차 없다.
여름철에 나무 그늘 좋다고 실컷 활용했으니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봄 되면 나무에 벌레 먹을까 봐 주사약을 잔뜩 꼽는다. 그렇지 않음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노랗게 되는데 병이 든 건지 벌레를 먹은 건지 일단 색상에 병든 티가 완연해진다. 건강한 녹색을 유지하려고 어드마이어라는 주사약을 넣는다. 그러고 나면 나무에서 나뭇잎으로 약이 전달되고 서식하던 벌레는 우수수 떨어진다고 들었다. 해마다 4월 경이면 그 약의 주사를 위해 분주하다. 이웃집에 병든 플라타너스의 잎은 이파리에서 병든 티가 많이 난다.
바람 불어 비처럼 날리던 플라타너스는 이렇게 모아두니 것 또한 장관이다. 이웃집 밭에 모아 두니 양이 장난이 아니고 공간이 없을 정도다. 제천시 산림공원과 인가 그곳에 물어보고 수매한다면 아직도 남은 량이 많아서 넉넉히 보낼 수 있다. 낙엽이 떨어진 직후의 색상은 아직 생기가 있고 광채가 난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광채를 잃고 생기가 없어진다.
그 오랜 기간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갓 떨어져 햇볕에 반사된 낙엽은 그 어느 것이라도 예쁘다. 빛의 예술인 듯싶다. 특히 낙엽이 처음 떨어질 때 뒹구는 어떤 낙엽이고 이쁘기 그지없다. 나무가 내년을 살기 위해 수분을 아래로 내려 버리는 신기함. 그 나뭇잎은 어떤 인연으로 인해 환생하게 되었는지 또다시 녹색의 잎으로 인연 되어 돌아온다. 그 잎이 아니면서 그 잎으로 돌아와 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여기에 있는 건가? 어릴 적에 사후의 세계에 관한 관심이 깊었었다. 죽은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초등 저학년 때 먼 친척분께서 돌아가신 모습을 처음 봤다. 그때 기억으로는 염한 모습을 봤던 거 같은데 어린 생각에 저렇게 묶어 놓으면 숨 막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었고 어린 시절 동네 어른 중 다리 한쪽이 없이 돌아가셨는데 그게 궁금해서 구경한 적 있었고 초등학생 때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 거적때기 덮어놓은걸 열어본 적 있었다. 코가 없어졌다는 기억이 난다. 물고기 떼가 먹었다는 이야기를 후에 들었다. 그런 궁금증들이 내 호기심의 기폭제였고 아직도 타고난 호기심은 없어지질 않은 듯싶다. 이만큼 세상살이 익숙해져 있어도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한 행복을 누려야지.. 이가을 충분히 휴식하는 여유를 부려봐야겠다. 어차피 때가 되면 추풍낙엽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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