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폐교캠핑장은 어린이들 천국입니다
핼러윈데이날에 부모들과 함께 캠핑장을 찾은 녀석들의 놀이는 정말 개구쟁이다. 방방이에 떠 올라서는 끝도 없이 신나게 방방 뜬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데 용감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용감해서인지 용감한 녀석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이 녀석은 동생을 앞에 두고 뛰다가 함께 넘어질 뻔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 가족들은 캠핑장 나드리에 나선 것. 2박 동안을 운동장에서 공놀이 등에 열중하던 이 녀석의 방방이 실력은 가히 선수급인 듯싶다. 구김 없이 잘 놀 수 있는 이 환경을 만들어준 부모에게 고마움을 언제쯤 알려나? 잔디밭에서 뒹굴며 뛰어다니며 놀던 이 좋은 추억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한 인생 되길 기원해본다. 어릴 적에 장난감도 없던 시절 동네에서 밤이 늦도록 뛰어놀던 생각이 난다. 어릴 적엔 밖에서 노는 것과 만화책 보는 일이 가장 흥미진진한 놀거리였는데 엄마에게 들키면 만화책도 공부가 된다며 거짓말 치던 별 수없는 어린애였던 초등 저학년쯤의 추억이 생각난다. 엄마의 돈주머니에서 거의 날마다 돈을 가져다가 까먹었는데 지금 표현으론 군것질이라고 해야겠지만.. 제법 오랜 기간 그 짓을 했는데 하루는 엄마 왈. "엄마는 돈 주머니에 돈이 얼마 있는지 다 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 그다음부터는 그 짓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내가 돈을 가져간 걸 알았던 모양이다. 또 하나 기억나는 일중 중학생쯤 일까? 좌판에 깔아 장사하던 아줌마에게 장갑을 샀는데 바가지 썼다며 억울해하며 엄마에게 고자질했더니 "그 아줌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니?" 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도 엄마의 긍정마인드가 내게 대단한 영향을 줬다고 믿는다. 어떤 상황이라도 좋은생각으로 일관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차피 삶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진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주제 파악이 전제되어야겠지만.. 처음 천연염색을 하겠다고 이곳에 터를 잡고 여태 지내면서 이런저런 사유를 갖고 긴 세월을 보내다가 코로나를 맞으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됐다. 캠핑장을 운영하며 천진한 아이들 구경을 많이 하게 되는 호사를 느끼는 건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 게다.
캠핑장 사이트 숫자를 적게하고 이용자들을 편하게 하고 힐링을 목적으로 두니 사용후기가 괜찮게 적혀있다. 이 정도면 캠핑장의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다. 도시에서 많은 인파 속에 살았던 나는 지나친 경쟁구도의 피로도를 엄청 싫어한다. 시골살이에 적절히 필요한 생활비 정도면 만족하므로 요즘처럼 마음 편한 적이 언제였던지 아련하다. 서울살이에선 많이 벌고 많이 쓰게 되는 시스템이었고 거기에 부응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다. 젊은 날에 산행에 빠져 허우적대며 백두대간을 종주했었고 그것도 모자라 릿지 등반, 암 벽등을 거침없이 해 나갔다. 단 한 번도 계획된 적은 없었다. 그저 그때그때 상황이나 감정에 충실했었던 건데 매 순간의 선택은 심리적 위기를 극기훈련처럼 극복했던 습관이었을 뿐. 그래도 풀리지 않는 청춘시절 욕망의 끝은 중국에 가서 시작한 사업이 롤러 코스트를 타면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제천의 폐교에 들어와 지금까지 버텨낸 것, 인생이 롤러코스트가 아닌 사람도 있을까? 나만 그런 걸까?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지난 시간은 매 순간의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무탈함이 고마울 뿐이다. 더 이상의 기대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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